한국교통안전공단 시니어 교통안전작가단 정선근 님의 수기글입니다. 봄이 나른 해 진 오월, 해가 길어지면서 퇴근길이 조금은 덜 캄캄해졌다. 나는 늘 다니던 길, 늘 그 시간에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. 전날 내린 비가 도로에 윤슬처럼 남아 있던 저녁이었다. 서행운전하던 나는 신호등 없는 골목길 입구에 들어 섰다. 반사적으로 오른발을 브레이크에 얹은 순간, 인도와 차도 사이로 누군가가 툭 튀어나왔다. 회색 후드와 검은 슬랙스 차림. 얼굴은 스마트폰 화면에 파묻혀 있었고 귀에는 이어폰. 소리 없는 급정거. 핸들은 오른쪽으로 틀렸고, 내 심장도 그 방향으로 쏠렸다. 가까스로 비켜갔지만, 운전석에서 바라다보는 그 아이는 여전히 고.......
